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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군주론」의 현대적 의미

by 성중 2020. 12. 3.

 

IL PRINCIPE(1550년판의 표지)

 

 군주론(IL PRINCIPE)은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정치 철학자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정치와 권력에 대하여 다룬 대표적 저서입니다. 이 책은 역사 속의 다양한 군주들과 군주국을 분석해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 당시 많은 논란을 가져왔고 금서로 지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군주의 모습이 전통적 윤리관이나 규율에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쓰이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여러 나라로 쪼개어져 있었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이상적인 군주가 나타나 나라를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현실적이며 합리주의적인 정치이론을 구축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군주론은 현대 정치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군주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군주론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군주로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통치방식을 보는 관점과 보통 사람으로서 지배자를 바라보는 약자의 관점입니다. 먼저 첫 번째 관점의 현대적 의미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늘날은 대부분의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법과 도덕을 중시합니다. 지금의 정치가가 마키아벨리의 방식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렇다고 군주론이 요즘 시대에 전혀 필요가 없는 책인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비도덕적 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도덕적 결정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군주론을 필요로 합니다. 정치란 곧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상 도덕적 선택을 하는 정치란 불가능하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권모술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시선으로 군주론을 읽을 때는 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군주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 삶에 존재합니다. 학교의 작은 동아리의 부장이거나 어떤 모임이든 그곳의 지도자라면 현대판 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형태이든 분별력 있고 군주론에서 바람직한 현대 군주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두 번째 관점의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시작이 메디치가에 헌정하는 글인 것을 보면 군주론은 지배자를 위한 지침서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군주론 출판 당시 이탈리아는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지배자들의 온갖 횡포와 권모술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보통 시민들은 지배자들에게 영문도 모르고 당하기 십상이었고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지배자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때 등장한 군주론은 약자들에게 훌륭한 지침서였으며 지배자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윤리적 가치나 규율을 무시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저는 이것이 군주론이 금서로 지정된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군주론은 언뜻 보면 지배자의 지침서이지만 사실은 약자의 지침서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후자로서의 가치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정치인과 국민의 관계, 사장과 회사 직원의 관계, 그리고 편의점 주인과 알바의 관계까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배자는 현대사회에 맞춰 매스미디어(mass media)를 통한 언론조작이나 교묘하게 만들어진 법률을 적용시키는 등 새로운 방법으로 약자들을 괴롭힙니다. 따라서 우리는 약자로서 현대사회에 맞춰진 지배자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약자들도 지배자의 행동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하며 합리적 선택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군주론의 현대적 의미를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는데 결론은 '현대사회에 맞춰서 받아들여라.'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의 리더(leader)로서 읽을 때는 전처럼 더 이상 절대적 권력자가 아니므로 군주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반대로 일반인이 읽을 때는 현대 사회에 맞춰 달라진 지배자를 파악하고 읽어야 하며 나 자신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군주가 위에서 말한 것들 중 좋다고 생각되는 성품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 그야말로 가장 찬양받을 만하며, 모든 사람들이 이를 인정할 것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상황이란 것이 전적으로 유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권력기반을 파괴할 법한 악덕으로 악명을 떨치는 것을 피하고, 또 정치적으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악덕들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후자의 악덕은 별다른 불안을 느끼지 않고 즐겨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자신의 권력을 보존하기 어려운 악덕으로 악명을 떨치는 것에 관해서는 개의치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 얼핏 유덕한 것으로 보이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는 반면, 일견 악덕으로 보이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강화시키고 번영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군주론
국내도서
저자 :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 강정인,김경희역
출판 : 까치(까치글방)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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