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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소설

「이방인 中 1부 6장」'자유'로 풀어낸 살인의 해석

by 성중 2020. 12. 1.

 

 

 

L'Étranger (1957)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입니다. 

 

 카뮈의 문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조리입니다. 부조리 문학은 '세상에 어떠한 불변의 정의나 법칙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이해가 불가능한 부조리를 보여주며 이에 주인공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으로 어떻게 보면 인간이 결국 무의미하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기도 합니다. 카뮈의 작품은 이러한 부조리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스스로에게 거짓되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대표작 이방인은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 사회의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뫼르소와 태양

 

 

 

 

 

 

 이방인에서는 다양한 빛(오후의 햇살, 형광등, 흰 벽에 반사된 빛 등)에 대한 표현이 상세하게 묘사되는데 뫼르소는 작중 내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영향을 받습니다. 1장의 중반부터는 특히 태양을 '참기 힘든 것'이라고 말할 만큼 극도의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살인이 발생하는 6장의 해변에서는 태양이 어머니의 장례식날의 태양과 같은 태양이라고 묘사하며 죽음을 암시합니다.

 

'뫼르소(Meursault)' = 살인(meurtre)과 태양(soleil)의 합성어

태양에 의한 살인은 주인공의 이름부터 설정된 숙명적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뫼르소의 자유

 이방인은 국내외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만큼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입니다. 본 포스팅은 작품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1부 6장을 '자유'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1부 6장의 대략적인 배경입니다.

 

대략적 배경 (16)

뫼르소는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 레몽과 친해진다. 레몽은 변심한 아랍인 애인을 괴롭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뫼르소는 레몽의 뜻에 이끌려 이 계획에 동참한다, 며칠 후 뫼르소는 레몽과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그들을 미행하던 아랍인과 마주친다. 그 아랍인들 중에는 레몽의 옛 애인의 오빠가 있었다. 싸움이 벌어져 레몽이 다치고 소동이 마무리되지만 뫼르소는 답답함을 느끼며 시원한 샘가로 간다. 뫼르소는 그곳에서 우연히 레몽을 찔렀던 아랍인을 마주한다.

 여기서부터 함께 텍스트를 읽으며 뫼르소를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양은 거의 수직으로 모래 위로 떨어지고 있었고, 바다 위에 반사되는 그 빛은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햇볕의 비를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기도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맨머리 위로 내리찍는 태양 때문에 반쯤 몽롱해 있어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中

 움직이지 않고 내리쬐는 태양과 납덩이처럼 굳어진 채 태양 밑에서 끓고 있는 바다 사이에서 뫼르소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사병 같은 것이 아니라 배경의 정지상태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양과 바다의 정지상태가 뫼르소를 괴로움과 압박 속으로 몰아넣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그곳에는 졸졸 흐르는 샘물 소리와 더불어 오직 태양과 이 침묵뿐이었다."
"나는 그 바위 뒤의 시원함 샘을 생각했다. 나는 그 샘물의 속삭임을 다시 듣고 싶었고, 그늘과 휴식을 찾고 싶었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中

 여기서 졸졸 흐르는 샘물 소리는 굳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태양과 대비되는 이동성, 자유를 상징합니다. 이 순간 뫼르소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욕망은 배경의 정지상태에서 벗어나 건너편의 샘가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갔을 때, 나는 레몽과 상대했던 녀석이 다시 돌아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모습이, 타는 듯한 대기 속에서 나의 눈 앞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中

하지만 아랍인이 샘물 앞에서 뫼르소의 이동을 막고 있습니다. 이는 곧 뫼르소의 이동성,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햇볕의 그 뜨거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앞으로 움직였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몸을 옮겨봤자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단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中

 뫼르소는 작중 내내 태양에 민감한 변화를 보이는데 이 장면에서는 태양이 뫼르소의 행동까지 유도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는 않고 칼을 뽑아서 태양 아래 서 있는 나에게 내밀었다. 햇빛이 칼 위에서 반사되었고, 번쩍거리는 긴 칼날이 되어 나의 이마를 찔렀다. 바로 같은 순간에 눈썹에 맺혔던 땀이 한꺼번에 눈꺼풀 위로 흘러내려 미지근하고 두꺼운 막이 되어 눈두덩을 덮었다. 이 눈물과 소금의 장막에 가리어서 내 두 눈이 보이지 않았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中

 정리하면, 대치 상황에서 다가오는 뫼르소를 경계해 아랍인이 먼저 칼을 꺼냈습니다. 그때, 햇빛이 칼에 반사되어 뫼르소의 눈을 찌르고 그 순간 눈썹에 맺혀있던 땀이 눈에 흘러들어 가 뫼르소는 일시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또한 태양이 상황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뜨거운 칼날은 속눈썹을 쑤시고, 아픈 두 눈을 파헤쳤다. 모든 것이 흔들렸던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바다가 깊고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하늘 전체가 활짝 열려서 불을 비 오듯 쏘아놓는 것만 같았다. 내 온몸이 긴장했고, 손으로 권총을 힘 있게 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나는 권총 자루의 매끈한 배를 만졌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건조하면서도 귀를 찢는 듯한 그 소리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中

 이렇게 뫼르소의 살인이 일어나게 됩니다. 뫼르소는 아랍인에 대한 특별한 악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자유를 막고 있는 무언가를 쏜 것입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긴 것은 삶의 근본이 되는 이동성, 자유를 되찾기 위한 행위였습니다. 

 


 이후 법정에서 뫼르소는 살인이라는 죄로 서게 되지만, 판사와 검사를 비롯해 재판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뫼르소의 어머니의 장례 후의 태도나 행동에 주목합니다. 울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뫼르소가 비인간적이고 심지어는 계획 살해범인 증거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아랍인의 죽음과 관련된 재판이지만 재판장 어디에서도 아랍인 방청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뫼르소가 살인했다는 점이 그가 재판에 오게 된 작은 이유 중 하나로 느껴지게 됩니다. 즉, 뫼르소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과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뫼르소에게 이방인이라는 낙인을 찍은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태도 또한 뫼르소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검사, 사회의 종교인 기독교를 강요하는 예심 심판과 사제는 이방인으로 낙인찍힌  뫼르소에게 사회통념적으로 정상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아랍인이 먼저 칼을 빼들었고 어떻게 보면 정상참작의 여지도 있었던 사건, 하지만 정의를 수호한다고 믿었던 법정에서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뫼르소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생각보다 부조리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방인
국내도서
저자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 김화영역
출판 : 민음사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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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이방인, 알베르 카뮈, 민음사, 2011
- 미네르바 인문 읽기와 토의토론(개정판),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재 편찬 위원회, 한국외대 지식 출판 콘텐츠원, 2017
- <이방인>의 뫼르소, 왜 아랍인을 쏘았나?, 김진영, youtu.be/p_eHlKEInS0?list=L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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